지난가을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내 심장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나는 그 잠깐의 충격에서 오랫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
내 심장이 왜 요동치고 머릿속에 그가 가득했는지 그땐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후로 오랜 시간 동안 그 때문에 일희일비하는 내 마음 때문에 꽤 괴로운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다.
줏대 없이 흔들리는 마음과 한두 번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풀이 죽은 내 마음들이
나를 사정없이 괴롭혔기 때문이다.
한참 때는 그의 머리카락만 보여도 그 라는걸 알았고,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내 눈은 늘 어딘가를 찾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그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하지만, 나를 너무 괴롭히는 그 마음에 나는 지칠 대로 지쳤고 그만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그를 피하기 시작했고 그를 볼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끊어버렸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고 나니,
세상에 이제 그의 생각을 덜하게 되니 코 앞에 있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고 마음에서 멀어지니 이제 눈에서도 안 보이는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마음에서 멀어지면 눈에서 멀어지는 것일까?
어떤 것을 해야 상처받지 않고 내 마음을 단단하게 훈련시킬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