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누군가가 나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어째서 미니멀하게 살기로 한 거에요?"
그 물음에 난 블로그에 쓴 것과 같은 '준비해 둔' 대답을 했었다.
그 대답에 그분은 바로 수긍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렇게 또 넘어갔다.
하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그 날이후 자꾸 그 물음에 대한 내 대답에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그전에도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그 준비해둔 대답을 늘 했었는데도
이상하리만치 그 날 이후부터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그냥 솔직하지 못한 나자신에 대한 실망감이였다.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게 된 큰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돈
둘째는 내일 당장 죽게 됐을 때, 이 세상에 나에대한 흔적을 최대한 남기지 말자
이 두 가지였다.
한국 귀국 후 회사에 취업하니 대부분 수직적이고 커뮤니케이션 없이 그저 던져지는 일을 '처리'하는 내가 되어갔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고 모두와 함께 무언갈 만들어 가는 작업을 좋아하는데, 한국의 대부분 회사에서는 그런 것들이 되지 않았다.
그런 회사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크고 긴 우울감에 빠져있을 때 우연히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곳에선 작은 일이라도 서로 모든 것을 공유하고 서로를 믿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작은 가게라 직원이 나 하나뿐이라 그런 걸 수 있지만)
의도치 않게 오래 일하다 보니 아르바이트직이라 급여는 적어 자연스레 절약하는 습관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자신이 한심하고 실망스러워 '산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언제든 죽어도 그만이었다.
하지만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용기도 없는 내가 죽는다는 용기가 있을 리가!ㅋ
그렇게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나 혼자 살아도 잘 산다고 과시 아닌 과시를 위해 미니멀라이프라는 방어막을 둔 것이다.
처음에는 일부러 물건을 버리고, 그다음에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그다음에는 쓸데없는 걱정들과 고민을 줄여나갔다.
그렇게 혼자 2년 정도 해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무섭지 않았고 뭐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 생활이 정말 나에게 잘 맞아서 이제는 진짜 점점 미니멀리스트 다워지는것 같다.
매일 같은 옷을 입어도, 많은 화장품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카카오톡 친구 리스트에 친구가 40명도 채 되지 않아도
나를 들여다볼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아 만족한다.
다음에 누군가 나에게 또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비울 수 있어서 내 인생이 더욱더 꽉 차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요"라고 대답하고 싶다.
사진은 그냥 요즘 내 맘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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